아침 일찍 제주시로 향했다. 제주도의 전원생활 중 가장 불편한 것은 병원이다.
조그만 병•의원들은 작은 읍내에도 있지만, 조금만 큰 병원을 가려면 서귀포시와 제주시로 나와야 한다.
필자는 제주시든 서귀포시든 어디로 가든 1시간이 넘게 걸린다.
아침 일찍부터 움직였더니 제대병원을 나와서도 많은 시간이 남았다. 복잡한 제주 시내로 들어가긴 그렇고 봉개동에서 점심도 먹고 절물휴양림을 걸었다.

봄이나 여름에는 휴양림을 자주 찾는다. 숲 속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나무 위에서 울려 퍼지는 새들의 합창이 몸과 마음에 평안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제주도가 아무리 따뜻하다고 하지만 12월의 숲은 싸늘한 한기를 내뿜는다. 다행히 오늘 그렇게 춥지 않은 날씨였다.

휴양림은 절물 오름까지 이어지는 생각보다 넓은 지역이다. 구역마다 식생도 다르고 느낌도 다르기 때문에 구석구석 둘러보면 눈이 즐겁다.

휴양림의 입구에는 수많은 삼나무들이 각선미를 뽐내며 곧게 뻗어 있었다.
제주도에서는 삼나무를 많이 볼 수 있는데, 바람이 많이 불던 제주에는 빠르고 높게 자라는 삼나무가 밭과 집을 지키는 방풍목으로 널리 쓰였다. 그래서 귤이 가득 열린 과수원을 따라 삼나무가 즐비하다.

중간에 연못과 폭포가 있었는데, 금붕어와 잉어가 함께 놀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금붕어를 본지 정말 오래된 듯하다.


한라산에는 왜 이렇게 까마귀가 많은지 모르겠다. 절물휴양림의 까마귀들은 마치 육지의 비둘기를 보는듯하다. 사람들이 익숙한지 근처를 지나가도 전혀 도망가지 않았다. 아마 원래부터 이곳의 주인은 그들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삼나무 길 사이를 걸으며 몸과 마음을 조금씩 비워갔다. 아름다운 숲길을 걷는다는 건 정말이지 낭만 돋는 일이다. 그리고 비움과 채움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일이기도 하다.
이곳저곳에 체험을 즐길 수 있는 시설들과 어린이 놀이터, 휴식공간들이 있어서 따뜻한 봄날이 오면 아이들과 다시 찾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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