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비바람이 몹시 불더니 오늘은 푸른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황금연휴가 시작되었지만 성난 날씨 탓에 집에 꼼짝없이 갇혀 있다가 맑게 갠 파란 하늘이 반가워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를 나섰다.
집에서 나와 서귀포시에 있는 엉또폭포로 향했다.
엉또폭포는 평소에는 기암절벽을 뽐내다가 한라산에 비가 내리면 폭포수가 흐르는 신비의 폭포다.
비가 내린 다음날이라 그런지 역시나 사람이 많이 왔나 보다.
엉또폭포로 향하는 교차로부터 경찰관들이 교통 통제를 하고 있다.
평소에는 입구 주차장까지 갈 수 있지만, 이렇게 비가 내리고 맑은 날에는 큰길에서부터 걸어서 가야 할 때가 많다.
겨우 주차 자리를 찾아 주차를 마치고 엉또폭포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엉또폭포까지 이어진 길은 올레길 7-1 코스가 지날 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어디선가 바람에 실려온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힌다. 주변을 둘러보니 특별히 눈에 띄는 꽃이 없었다. 은은하게 퍼지는 향기가 마치 아카시아꽃 향기 같기도 한데, 이 계절에 아카시아꽃이 필리는 만무하다. 자세히 보니 귤 나무에 꽃이 가득 폈다.


“벌써 귤꽃이 가득 필 때가 되었구나”
5월에서 6월이 넘어갈 때쯤엔 제주사람들은 귤꽃을 솎아내기 바쁘다. 올해는 조금 이른 감이 있다.
어느덧 엉또폭포 입구에 도착했다.
역시나 변함없는 절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아쉽게도 폭포수 물줄기가 생각보다 세차지 않다.
지난번 비가 올 때 방문했을땐 물줄기가 너무 세차 조금 무서기도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가 오는 날 거대한 폭포수를 만나기 위해 엉또폭포를 찾는다.
하지만 맑은 날의 엉또폭포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비가 오고 난 뒤 맑게 갠 날이면 금상첨화겠지만 꼭 폭포수가 흐르지 않더라도 날이 맑으면 우리 가족은 가끔 이곳을 찾곤 한다.
엉또폭포의 기암절벽과 병풍처럼 둘러진 나무들, 귤 나무가 가득한 언덕 위로 홀로 지키는 건물 한 채의 풍경이 마치 유럽에 온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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